나이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생겼다는 것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스물다섯이 된 후 나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약간 달라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1. 나이를 먹는 것에 거부반응이 든다.
새해에 가장 기피하는 음식 1위는 단연 떡국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한 살을 먹고 싶지 않다. 투정 부릴 것이 없어 나이에게 부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먹기 싫은 것이 나이가 됐다.
2. 새로운 집단에서 나이를 소개할 때 말하면서 놀란다.
‘내가 벌써?’하며 놀라곤 한다. 그리고 어린 친구들의 나이를 들으며 많이 늙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3. 현실적인 미래가 궁금해진다.
이십 대 초반에는 직업적인 미래가 궁금했다면 스물다섯인 지금은 물론 직업적인 미래도 궁금하지만 결혼이나 연애, 사회에서 요구하는 위치 등 현실적인 미래가 궁금해진다. ‘친구들은 다 결혼했는데 나만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들이 앞선다.
4. 내 나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있다.
누군가는 ‘늙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아직 젊다’고 말한다.
5. 말하는 단어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교 신입생을 보며 ‘아기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유치원 친구들을 보고 많이 했던 말이라면 요즘에는 아직 얼굴에 아기스러움이 남아있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많이 이 이야기를 한다. (이럴 땐 정말 늙은 것 같다…)
부정적인 것만 나열한 것 같지만 스물다섯 살이 되고 나서 좋은 점도 물론 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 사소한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많아지는 것,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는 것,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올라간 느낌이 드는 것. 황당한 일이나 기분 나쁜 일을 겪을 때에도 경험치 덕분에 ‘그럴 수도 있지’,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아’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것.
경험치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이십 대 초반에 어른을 볼 때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경험치였다. ‘아, 저런 게 바로 연륜이구나’하는 생각. 내가 봤던 어른들은 그 어떤 당황스러운 일을 마주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법한 문장들을 자주 말했다. 많은 사회 경험으로 인해 길러온 세상에 대한 보고서를 조금씩 읽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 어엿한 어른의 범주에 들어온 스물다섯의 나는 후배, 동생에게 경험치를 비롯한 어른스러움을 보여주고 싶다. 나도 언젠가 그들의 부러움을 사는 어른이 되리라 다짐하며.
최근 네이버 블로그 피드에 <내가 스물넷이라니>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본 적 있다. 자신이 스물넷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2019년을 돌아본 글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이에 대한 투정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넷이면 젊지, 뭐 저런 투정을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스물넷의 나도 그랬다. 내가 벌써 스물넷이라는 한탄 섞인 어조로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스물다섯이라니>라는 제목의 글보다 <스물다섯의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라는 글을 쓰고 싶다. 이제는 미래를 위한 설계를 체계적으로 세워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물넷에는 없었던 어른스러움이 지금의 나에게 있다. 스물다섯이 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한 살 더 먹은 순간부터 내면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정말 어른이라면 어른인 나이이고, 세상은 실전이다. 그렇기에 나를 더 믿고 사랑하는 한 해를 만들어보고 싶다. 처음 스물다섯을 겪어보듯 2020년도 처음이기에 1월엔 더욱 좋은 일, 좋은 다짐으로 채우고 싶다. 여러분의 나이는 어떠신가요.
작년 1월에 쓴 글이었다. 매거진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와 둘이서만 간직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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