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4

천재 감독 드니 빌뇌브 필모그래피

이미 영화화된 적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SF 대하소설 시리즈 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영화화한 드니 빌뇌브. 지난 10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며 흥행에 성공, 전국 17개 지점으로 확대해 아이맥스로 재상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현시대 최고의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평을 듣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최고의 칭찬을 듣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알아볼까요? 1. 다음 층(Next Floor)(2008) https://youtu.be/t60MMJH_1ds Next Floor(다음 층)는 10분가량의 단편 영화입니다. 눈으로 보기 힘든 비주얼의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들이 겪는 이상한 현상. 유튜브에서 감상 가능한 이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초기 작품이자 기괴하다는 평을 받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

review 2021.12.02

정용준 <내가 말하고 있잖아>

말로 쌓는 관계들 내가 말하고 있잖아의 제목을 다르게 이해하기 시작한 건 소설 중반쯤을 넘게 읽던 때였다. ‘말’하고 있잖아에 말이 특별한 소재로 등장한다는 것. 이 소설은 실어증을 앓는 주인공이 같은 교정원에 다니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며 이겨나가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무작정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에게 약한 인물이기도 하다. 말. 나는 사실 말하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말을 거는 걸 특히 더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계속해서 궁금하고, 듣고 싶어 자꾸만 말을 걸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게도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묻는 것은 좋아하지만 대답은 회피하는 경향도 있고, 오..

review 2021.04.12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상의 소음 코로나가 한창 시작하던 때, 루마니아의 인쇄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균의 모양을 확대한 것처럼 생긴 이미지는 자세히 보면 남자가 여성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가정폭력은 바이러스처럼 쉽고 빠르게 전염되고,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리라 생각한다. 루마니아는 가정폭력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은 30초마다 한 명씩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고 한다. 코로나에 대한 심각성을 역이용해 가정폭력 경고 광고를 제작했다는 것이 그 심각성을 잘 몰랐던 나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자비에 르그랑 감독의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도 마찬가지다. 가정폭력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심각성을 인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review 2021.04.12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끓어올랐던’ 순간에 대하여 의 원제는 Como agua para chocolate으로, ‘초콜릿을 끓이기 위한 물’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말한다고 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초콜릿을 끓이기 위해서는 뜨거운 냄비에 바로 넣으면 안 된다. 우선 뜨거운 물을 끓이고, 그 위에 볼이나 그릇을 올린 다음에 녹여야 한다. 사실 초콜릿은 중탕에 녹이는 것이 올바른 조리법인데, 펄펄 끓는 상태가 제목이라니. 그만큼 뜨거운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일까. 원제를 단어 하나하나 파고들었던 이유는 사실 책을 읽고 나서 한국어 제목이 와닿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제에서는 초콜릿의 ‘맛’보다는 ‘끓는 상태’를 더 담은 느낌이라면, 한국어 제목은 ‘맛’에 집중했다. 쌉싸름한 맛을 느끼긴 했지만, 그게 ..

review 2021.02.27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케이크라는 인생, 인생이라는 케이크 앤티크(2008), 민규동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은 바둑판에 인생이 있다고 말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야말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나는 라디오를 좋아하는 작가니까 라디오야말로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남효민 작가의 한 구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인생 대부분을 보낸 것. 그것이 인생의 축소판이 되는 것이야말로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증거 아닐까? 앤티크에게는 그것이 ‘디저트’다. 디저트 중에서도 가토 오 오페라.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초콜릿, 진한 향기의 커피 맛, 그리고 아몬드 가루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내는 조화로움이 한 편의 오페라와도 같다고 할까요? 아니, 희로애락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인생 같다고 할..

review 2021.02.21

이슬아 <깨끗한 존경>

정확한 시기로 말하자면 작년이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내 리추얼 중 하나는 출근할 땐 칼럼을 읽고 퇴근할 땐 e북을 읽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휴대폰을 보면서 지하철을 통해 출퇴근하는 내가 별도의 노력 없이 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1월의 반이 지난 지금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왔다. 섣불리 말하기엔 쑥스러우나 이렇게 성공적(?)인 성과를 낸 이유는 아침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고, 퇴근할 땐 새로 시작한 yes24 북클럽에 읽을 책이 많아서다.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 이슬아라는 글자가 많이 보였다. 주로 친구들이 올린 책을 통해 봤다. 강릉에 있는 작은 책방에 갔을 때도 두꺼운 이슬아의 책(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보고 "여기도 있네" 생각했다. 조금 읽었을 때는 그때 당시 ..

review 2021.01.18

영화 <그녀의 조각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테이크 혹은 롱테이크는 영화에서 사실감을 부여하기 가장 좋은 촬영기법이다. 영상 편집 없이 카메라의 이동으로 자연스레 상황의 전경을 보여주는 것. 카메라 무빙에 따라 관객의 시선은 이동하고, 그 사이에 관객은 누구보다 몰입하게 된다. 장소 전체를 보여줌으로써 현장감을 최대로 살린다. 이러한 기법이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영화로 이 있다.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또한 이 기법을 자주 사용해 가뜩이나 사실적인 소재와 연기를 더욱 사실적으로 감상하게 한다. 은 첫 장면부터가 사실 자체로 느껴진다. 임산부 마사(바네사 커비)의 진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는 원래 신뢰하던 조산사 바버라에게 연락하지만, 그녀가 다른 임산부를 도와주는 터라 에바라는 조..

review 2021.01.11

영화 <45년 후>

45주년 파티를 준비하는 일주일 동안의 균열을 담은 영화, .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구도로 진행된다. 어느 날 제프에게 온 한 통의 편지는 제프의 첫사랑 a.k.a 'My' 카티야의 시신을 찾았다는 내용이다. 이미 카티야의 존재를 알고 있던 케이트는 멈출 줄 모르는 케이트 이야기를 듣는다. 제프는 세를 들며 살기 위해 당국에 '결혼한 사이'라고 말했어야 했고, 가짜 결혼반지도 꼈다고. 제프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고, 빙하에 대해 공부하며 친구들을 만나도 빙하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제프에 대해 실망한다. 제프가 케이트의 보호자였다는 사실에 심란해진 케이트는 또 참고, 열심이었던 파티 준비도 그럭저럭하게 된다. 결국 케이트는 제프에게 더이상 카티야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한..

review 2021.01.10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퀸스 갬빗> 매력 탐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은 공개된 지 4주 만에 6,200만 계정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미니시리스 사상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로 국내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안야 테일러 조이(베스 하먼 역)와 토마스 생스터(베니 왓츠 역), 해리포터를 괴롭힌 두들리 해리 멜링(해리 벨틱 역)까지 익숙한 얼굴들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시종일관 긴박감 넘치는 체스 게임까지, 매력이 다양하다. 그중 안야 테일러 조이의 비주얼과 연기가 무엇보다 빛나는데, 고아원에서 관리인 아저씨를 통해 체스에 푹 빠지게 되는 천재성에 대한 스토리라인이 평범하면서도 질리지 않는다. 천재성과 광기, 둘 사이에서 베스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 퀸스 갬빗의 매력포인트를 분석해봤다. 체스라는 게임의 매력 체스는 말(기물, pieces..

review 2021.01.08

영화 <마더>

세상에는 좋은, 훌륭한, 책임감 강한 엄마만 있을까? 이런 수식어가 따르지 않는 엄마도 있다. 나쁜, 보잘것없고, 책임감 없는 엄마도 있다. 아키코가 그렇다. 이런 식으로 아키코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의 행동 때문이다. 그녀는 아들 쇼헤이에게 구걸을 시킨다. 그녀의 엄마 아빠에게, 그녀의 동생에게 돈을 달라고 하라고 한다. 쇼헤이는 묵묵히 그녀의 요청을 받아 전한다. 또 그녀는 파칭코에서 눈 맞은 남자(료)와 하룻밤을 자고, 쇼헤이를 내버려 둔 채 그가 사는 곳으로 떠난다. 며칠 뒤 전기가 끊기고 나서야 돌아온다. 이후 료와 함께 셋이서 러브호텔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이후 엄마는 후유카를 낳게 되고, 쇼헤이에게 또 돈을 빌리라고 지시한다. 동생과 엄마 아빠는 연을 끊자고 한다. 그리고 료도 떠난다...

review 20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