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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깨끗한 존경>

cavtus 2021. 1. 18. 20:48

정확한 시기로 말하자면 작년이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내 리추얼 중 하나는 출근할 땐 칼럼을 읽고 퇴근할 땐 e북을 읽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휴대폰을 보면서 지하철을 통해 출퇴근하는 내가 별도의 노력 없이 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1월의 반이 지난 지금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왔다. 섣불리 말하기엔 쑥스러우나 이렇게 성공적(?)인 성과를 낸 이유는 아침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고, 퇴근할 땐 새로 시작한 yes24 북클럽에 읽을 책이 많아서다.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 이슬아라는 글자가 많이 보였다. 주로 친구들이 올린 책을 통해 봤다. 강릉에 있는 작은 책방에 갔을 때도 두꺼운 이슬아의 책(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보고 "여기도 있네" 생각했다. 조금 읽었을 때는 그때 당시 수필이나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로선 흥미가 당기지 않았다. 언젠가 나중에 좋아할 시기가 오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슬아의 글은 정말 쉽다. 이 말은 문장이 겉보기에 간결하고,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 없고 읽는 순간 쉽게 읽히다 가슴에 무언가 남는다. 문장은 눈에 남아있고, 어떤 응어리 같은 것이 가슴에 쌓이는 느낌이다. <깨끗한 존경>은 이슬아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인터뷰.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 

 

나의 경우 직업상 인터뷰가 주 업무다. 이야기를 들어야 쓸 수 있는 기사가 있다. 그래서 인터뷰이를 설정하고 우선 질문지부터 짠다. 어떤 메시지를 도출하도록 설계한 뒤 인터뷰에 임하는 것이다. 그렇게 뚜렷한 목적이 있던 나와는 달리 이슬아의 인터뷰는 특정한 목적이 없어 보였다. 그가 이 네 명의 사람을 어떤 목적을 갖고 만난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특정한 사심 없이 컨택하고, 어떤 노력으로 이 사람들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람들을 오래전부터 진심으로 좋아해 왔다. 이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하며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모조리 쏟아냈다. 

 

진심이 담긴 글을 사람들은 알아본다. 아주 쉬운 글이더라도, 형편없는 글이더라도 진심이 담겨있으면 관심을 받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이슬아의 글은 대부분 그렇다. 그가 진심을 담아서 이들을 좋아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 <깨끗한 존경>은 정말 잘 지어졌다. 그는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시선으로, 시각으로,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인터뷰집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있는 자리에 내가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들의 말에 진심으로 나도 공감할 수 있게 됐으며, 이들이 말하는 목소리에 단 한 번이라도 용기 내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 모두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쉬운 사람들이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책과 활동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얼마나 큰 축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