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기대했던 영화이다. 히스 레저의 강력한 조커 연기 이후 과연 누가 조커를 이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아무래도 가장 컸다고 말할 수 있다. 조커는 캐릭터가 너무 뚜렷하고 색깔 있어서 누구의 몸에 입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 때문에 구독하던 외국 엔터테인먼트 기사들 중에 조커가 있으면 무조건 클릭해서 보았고, 그로 인해 많은 비하인드스토리를 찾아 읽기도 했다.
* 이 뒤부터는 스포 *
호아킨 피닉스는 연기를 하다 몰입하여 촬영장을 박차고 나간 적이 있으며, 이 영화를 위해 하루에 사과 한 개만 먹으며 체중 감량을 했다. 사실 영화 시작하고 나서 얼굴만 봤을 때는 체중 감량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등뼈와 갈비뼈가 모조리 드러나는 순간에는 체중 감량이 연기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제 영화에 대해 말해보자면, 나에게 조커라는 캐릭터는 의미가 크다. 전 영화 통틀어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로 조커이다. 사실 조커라는 캐릭터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고, 사람들이 그로 인해 변한다는 것이 꽤나 설득력 있으면서 우리와 가장 닮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조커가 될 수 있듯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조커가 된 후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것을 과연 정말 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사회에 뿌리처럼 내려앉은 계급이나 부의 차이들이 더 악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 모든 장면 장면들이 놀라웠다. 이유는 장면 장면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들을 굉장히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조커가 처음 살인을 저지르는 지하철의 전등 깜빡이는 것, 화장을 하다 뒷주머니에 슬쩍 넣은 가위, 집에서 머레이 쇼에 나갈 연습을 하며 탕- 턱에 댄 총알이 들어있지 않았던 총, 그리고 마지막 장면. 교도소 안에서 상담가와 이야기하며 “뭐가 그렇게 웃겨요?”라는 대답 후의 조커가 지나간 길에 묻은 빨간 자국.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높이고 상상력을 사용해서 다음 장면을 추측하게 한다.
그리고 정말 많이 들렸던 첼로의 연주 소리.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는 것은 이 ost가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잘 어울렸는데, 첼로가 이런 어두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놀라웠다. 다소 묵직한 소리로 감미로움을 전달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연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열음도 들리면서 소름 끼치게 만드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리고 조커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조커라는 이름이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항상 두고 가는 원카드의 조커 카드 장면 때문에 원카드에 있는 조커 말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으나 이 영화에서 joke를 조커에게 자주 강요하는 바람에 'joke를 하는 사람 = 조커'가 되었나 싶기도 하고.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이번 조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굳이 하나 뽑자면 조커가 옆 옆 옆 옆 ... 집 여자랑 썸을 타는 게 다 상상이었던 것. 이 장면부터 갑자기 소름이 돋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이 조커가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더 이상 친구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존재가 아닌 살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들을 통해 이번 <조커>는 참 인간성을 많이 담았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다 보고 왓챠에 별점 매기러 들어갔는데 <기생충> 때와 똑같이 '선인장 님의 인생 작품이 될 수도 있어요!'라는 문구를 보고 굉장히 반가웠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소름 끼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말고도 연출력과 노래만으로도 이 영화는 황금사자상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최애 캐릭터 조커의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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