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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cavtus 2020. 12. 28. 22:14

 

 

세상에는 좋은, 훌륭한, 책임감 강한 엄마만 있을까? 이런 수식어가 따르지 않는 엄마도 있다. 나쁜, 보잘것없고, 책임감 없는 엄마도 있다. 아키코가 그렇다. 이런 식으로 아키코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의 행동 때문이다. 그녀는 아들 쇼헤이에게 구걸을 시킨다. 그녀의 엄마 아빠에게, 그녀의 동생에게 돈을 달라고 하라고 한다. 쇼헤이는 묵묵히 그녀의 요청을 받아 전한다. 또 그녀는 파칭코에서 눈 맞은 남자(료)와 하룻밤을 자고, 쇼헤이를 내버려 둔 채 그가 사는 곳으로 떠난다. 며칠 뒤 전기가 끊기고 나서야 돌아온다. 이후 료와 함께 셋이서 러브호텔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이후 엄마는 후유카를 낳게 되고, 쇼헤이에게 또 돈을 빌리라고 지시한다. 동생과 엄마 아빠는 연을 끊자고 한다. 그리고 료도 떠난다. 5년 뒤 노숙생활을 하다 사회복지사(아야)가 그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쇼헤이에게는 대안학교를 다닐 기회도 준다. 하지만 료가 다시 찾아오고,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그곳을 도망치다시피 나온다. 쇼헤이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아키코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하며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도쿄로 오는데, 아키코는 쇼헤이에게 자신의 엄마 아빠를 죽이라고 한다. 그럼 자기가 돈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쇼헤이는 이 터무니없는 말을 곧이곧대로 이행하고, 징역 12년을 확정받는다. 아야는 쇼헤이에게 왜 엄마가 시키지 않았냐고 물었다. 쇼헤이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감옥은 잘 곳도 있고, 밥도 주니까 밖보다 낫다고 말한다. 

구속된 관계는 폭력이다. 그리고 이 폭력은 아키코와 쇼헤이처럼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발생할 수 있다. 소년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죄를 뒤집어 쓸 만큼 그에게 엄마는 무슨 의미였을까. 어쩌면 소년이 세상 밖으로 나와 가장 처음 맺은 관계이자 오래, 영원히 맺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엄마를 계속해서 지켰던 것은 아닐까. 소년에겐,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뿐이었으니까. 소년에겐 이 유일하고 어찌할 수 없는 관계가 폭력이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그렇게 폭력 그 자체였던 거다. 가족은 내가 선택하고 태어날 수 없으니, 삶과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엄마라는 이름은 한없이 평화롭고 따뜻한 포옹을 연상케하는 단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폭력이라는 단어의 다른 말로 느껴지겠지. 세상에는 같은 제목의 다른 영화가 많다. 대표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살인 혐의를 쓴 아들을 엄마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내고야 말겠다는 스토리고,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는 성경을 토대로 만든 비유와 상징 그 자체의 의미를 담았다. 어떤 것의 원천이자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가 흔히 알아왔던 엄마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소양을 담았다는 말이다. 

아키코에게 엄마란 무엇이었을까. 쇼헤이에게는? 후유카에게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상처를 생각해보게 된다. 감옥을 도피처로 생각할 수밖에 없던 소년은 그 이후로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세상에는 아야같이 선한 사회복지사가 분명 있겠지만, 그를 막는 존재가 엄마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엄마는 어떻게 엄마가 되는가. 우리는 어떨 때 엄마를 온전히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더욱 충격이었고, 보는 내내 한시도 마음 편할 일이 없던 영화, 마더였다. 

 

 

 

감독. 오모리 타츠시
출연. 나가사와 마사미(아키코 역), 오구다이라 다이켄(슈헤이 역), 아베 사다오(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