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의 또 다른 작품 톰보이. 남자이고 싶어 하는 로레(미카엘)에 대한 이야기다. 소녀인지, 소년인지 가늠이 잘 가지 않는 모습으로 계속해서 로레에게 집중하게 되는 영화다. 선택할 수 없는 성별과 선택할 수 없기에 그녀가 선택하는 다른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
영화를 보면서 로레의 부모에게 집중하게 됐다. 남자 행세를 했다가 친구들에게 결국 들키고 마는 딸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의 훈육방식이 다른 점에서 놀랐다. 엄마는 성난 마음에 뺨을 때린다. 그리고 파란색 원피스를 입으라고 한다. 입힌 후 로레가 때린 아이에게 사과를 시킨다. 이후 로레가 좋아한 여자아이(리사)에게도 원피스를 입은 로레를 보여준다. 로레는 그 사이에 아빠와 카드게임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들키고 만다. "이사 가서 다른 곳에서 살고 싶어요" 아빠는 로레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기보다는 껴안고 다독여준다.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로레는 그녀가 어떤 모습을 택하든 딸아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이 아이가 지금 숨기고, 남자인 척을 잘 해서 숨긴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들키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에라도 진실을 털어놓길 바랐을 것이다. 아빠의 입장에선 로레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든지 간에 로레를 로레로 바라봤을 것이다. 그녀가 남자인 척을 해도 그녀는 소중한 딸아이, 로레라는 것 아니었을까.
(스포주의) 결말은 이렇다. 베란다로 나가 밖을 보던 로레를 1층 밖에 있던 리사가 올려다본다. 둘은 다시 만났고, 원래 이름은 뭐냐고 물어본다. "로레" 그리고 마주 본다. 결국 리사는 로레를 로레로서 좋아할 것 같았다. 그 이후가 친구든, 친구 이상의 관계든.
이미 팬이 돼버린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두 번째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번 영화에도 노래가 한 곡뿐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사와 로레가 남자애들과의 놀이에서 잠시 지루함을 느꼈을 때, 리사가 집으로 초대한다. 노래를 틀고 춤을 춘다. 춤을 춤으로써 그들은 서로에게 더 다가가고 마음을 연다. 마치 로레가 남자아이, 미카엘이지만 리사는 그녀를 가장 잘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은 로레뿐이라는 걸. 영화 속에서 노래가 상징적인 장면에 노래를 넣는 방식이 익숙하듯 감독은 여러 음악을 넣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장면 속 평범한 소리(목욕, 축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부모로서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는 아마 인격적으로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에게도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부모의 행동만 따라 할 뿐이다'라는 말처럼 부모는 아이에게 평생 본보기의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로레라는 아이에 대해 부모의 다른 선택과 행동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잘못된 훈육의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로레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삶을 살아갈지도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영화와 영화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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