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드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Tiny pretty things)'. 이 드라마는 '아처(ARCHER)' 발레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연극에서 주인공을 따낸 발레 유망주 캐시가 학교 옥상(4층)에서 떨어지면서 '누가 밀었을까?'를 유추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 1화에서 이미 일어난 사건을 보여주고 시청자로 하여금 '누가 그랬을까'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것은 넷플릭스 틴에이지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롯이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인생드라마로 꼽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와 '엘리트들'이 비슷하다. 이 드라마 또한 매화 범인이라고 유추하는 대상이 바뀌며 인물들 각자에게 '밀었을' 이유가 하나씩 갖고 있어 재밌게 봤다.
아마 영화 '블랙스완'을 인상깊게 보고, 비슷하다는 말에 이 드라마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다. 스토리라인은 블랙스완보다 훨씬 엉성하긴 한데, '루루루'나 '엘리트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의 발레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이 드라마 역시 등장인물 모두가 매력적인 인물들이라는 것. 외모도 외모지만 그들이 발레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지르는 추악한 행동이 경쟁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감할 수밖에없다. 주인공을 따내려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고, 엄마의 실망을 막기 위해선 어떤 짓이든 해야했으니. 또한 예술의 빛과 어둠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미치비치클럽' 사건과 관련한 마담 뒤부아(교장)의 이야기, 안무가 라몬의 더러운 성생활 등 인물마다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막장드라마로 결말짓게 되는데 한몫한다.
그러나 막장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개인마다 가진 이야기와 발레라는 예술의 아름다움, 노래, 비주얼이 어우러져 금방 보게 된다. 특히 주인공 너베이아가 마담 뒤부아를 끌어내리고 개혁하려고 하자 벳이 "우린 1800년대에 만들어진 토슈즈를 신고 춤 춰"춤춰"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과거의 상징인 것을 신고 춤추는데, 무슨 개혁을 할 수 있겠냐는 말. 이 대사에서 '1800년대'와 '토슈즈'를 제외하고 현실의 다른 단어로 대체했을 때 모두 말이 된다고 느꼈다. 너무 오랜 시간 굳어온 것을 새로운 것으로 깨부수기란 쉽지 않으니까. 그러나 마담 뒤부아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에도 불구하고, 춤 한번 춰보지 못하고 퇴학당하거나 앞으로의 미래가 닫히게 되더라도 학생들의 선택과 행동, 연대가 이 드라마를 빛나게 한다. 앙숙이었던 인물들이 사실은 경쟁을 제외하면 서로 좋은 친구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드라마를 통해 연대의 벅참을 느꼈다.

발레. 연극의 대사 대신에 춤에 의하여 진행되는 무용극 예술. 16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 프랑스 궁정에서 발달한 것으로, 독무(獨舞)ㆍ조무(組舞)ㆍ군무(群舞)로 구성되며, 음악ㆍ문학ㆍ미술ㆍ조명ㆍ의상을 포함하는 종합 무대 예술이다. 클래식 발레와 모던 발레가 있다.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인 리퍼 연극 씬, 직접 만든 비디오 영상을 보면 '대사 대신 춤에 의해 진행되는 무용극 예술'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표정과 손짓, 발짓, 몸짓으로 희로애락 애오욕을 전하는 것을 감상한 기분이 든다. 수준급 실력을 가진 배우들의 열연으로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시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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