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4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Tiny Pretty Things)

12월 1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드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Tiny pretty things)'. 이 드라마는 '아처(ARCHER)' 발레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연극에서 주인공을 따낸 발레 유망주 캐시가 학교 옥상(4층)에서 떨어지면서 '누가 밀었을까?'를 유추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 1화에서 이미 일어난 사건을 보여주고 시청자로 하여금 '누가 그랬을까'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것은 넷플릭스 틴에이지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롯이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인생드라마로 꼽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와 '엘리트들'이 비슷하다. 이 드라마 또한 매화 범인이라고 유추하는 대상이 바뀌며 인물들 각자에게 '밀었을' 이유가 ..

review 2020.12.27

영화 <톰보이>

셀린 시아마의 또 다른 작품 톰보이. 남자이고 싶어 하는 로레(미카엘)에 대한 이야기다. 소녀인지, 소년인지 가늠이 잘 가지 않는 모습으로 계속해서 로레에게 집중하게 되는 영화다. 선택할 수 없는 성별과 선택할 수 없기에 그녀가 선택하는 다른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 영화를 보면서 로레의 부모에게 집중하게 됐다. 남자 행세를 했다가 친구들에게 결국 들키고 마는 딸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의 훈육방식이 다른 점에서 놀랐다. 엄마는 성난 마음에 뺨을 때린다. 그리고 파란색 원피스를 입으라고 한다. 입힌 후 로레가 때린 아이에게 사과를 시킨다. 이후 로레가 좋아한 여자아이(리사)에게도 원피스를 입은 로레를 보여준다. 로레는 그 사이에 아빠와 카드게임을 하면서 ..

review 2020.12.26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필모그래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영화 속 여성 서사는 소중하고 위대하고 값지다. 백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영화들이 많아왔고 영화감독 중 여성 감독의 비율도 확연히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더욱 주목받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여성 서사, 여성의 말을 대변하는 배우나 감독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은 그레타 거윅이다. 감독이자 배우인 그녀를 알게 된 건 였다. 티모시가 나와서 본 이유가 가장 컸지만 시얼샤 로넌의 매력과 그레타 거윅의 귀여운 연출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이후 를 보고 20대 여성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 그녀가 원하는 자유를 흑백영화지만 다채롭게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아 좋아하게 되었다. 후에 을 보고 그레타 거윅의 필모그래피를 알고 싶어 ..

review 2020.12.26

시간이 쌓아 올린 벽에서 마주한 '오징어와 고래'

노아 바움백, 오징어와 고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오징어와 고래’는 8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단하고 응집력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4명의 가족이 테니스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빠 버나드와 첫째 월트가 한 팀, 엄마 조안과 둘째 프랭크가 팀이다. 그들은 마치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하게 테니스에 임한다. 버나드는 월트에게 '엄마는 백핸드에 약하니까 그렇게 공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버나드가 백핸드로 보낸 공에 조안이 맞게 되고 그들은 다툰다. 이 첫 장면으로부터 나는 의심하고 두려웠다. 이 영화 전체가. 과연 이들이 만날 운명이 무엇이란 말인가. 감히 상상했고 무서워했다. 그리고 예감은 맞았다. 영화 초반에 버나드와 조안의 부부 싸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월트가 2층..

review 2020.12.23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 속 인물이 내 주위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소설은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는 문학이라 현실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인 소설을 읽으면 가끔 등골이 서늘해지곤 한다. 내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없다면 살아가다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직감일 뿐이지만 그 서늘함이 무섭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현실과의 싱크로율 100% 소설이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 한 명도 빠짐없이 실제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일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밉다. 분명 미운데,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무식해서일까? 눈치가 없어서일까?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일의 기쁨과 슬픔은 현실에서 내가 정의 내릴 수..

review 2020.12.22

영화 <패터슨>

Paterson is a born poet in Paterson. 삶이 시가 될 때. 영화 패터슨은 뉴저지 패터슨에 사는 버스 드라이버 패터슨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침에는 시를 쓰고, 낮에는 운전하고, 밤에는 개를 산책시키며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온다. 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그의 하루하루를 마치 엿보는 것 같은 앵글로 영화는 진행된다. 매일 똑같은 곳에 똑같은 시간대에 가는 그의 반복적인 일상은 '반복될 것'임을 알아도 관객들에게는 일련의 사건들과 노래로 긴장감을 부여한다. (스포 있음) 이 영화는 영화 자체가 한 편의 시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영화를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굉장히 힘들다.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해석하고 싶어지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

review 2020.03.01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문학 작품 같은 제목과 어울리듯 영화 자체도 굉장히 문학적이다. 18세기의 배경과 어울리는 문학적인 대사들, 그림들, 화풍, 인물들이 입은 옷까지 이 영화의 장면 장면 모두가 한 작품의 그림 같다. 뛰어난 명화를 촬영해서 이어 붙인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마리안느라는 여성 화가가 엘로이즈네 집에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6일간 머무르게 된다. 엘로이즈는 수녀원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는데, 언니의 죽음으로 결혼을 하게 되어 집에 돌아온 인물이다. 엘로이즈가 거부하여 초상화를 못 그리고 있었는데 마리안느는 엘로이즈 몰래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 임무를 맡는다. 산책 친구라는 타이틀을 건 채로. 그렇게 마리안느는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매일 엘로이즈와 함께 산책하..

review 2020.01.20

영화 <그린 북>

*이 리뷰에는 스포가 있습니다. 인간이 ‘변화’를 통해 얻는 것들을 이 보여주는 방식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생일 이후로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날로 다가온다. 무교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연인 혹은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랑 보내야 될 것 같은 날. 온 동네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빨강색으로 도배가 되고, 왠지 나도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날. 매년 친한 친구들과 ‘올해도 같이 보낼 거지?’라는 대화를 나누고 작게나마 준비한 파티를 열고, 와인을 마시며 서로에게 따뜻한 옆자리가 되어주는 날. 을 다 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을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내 옆에 오랫동안 있을 것 같은 든든한 사람들과 소중한 날을 보낸 것 같은 기분. 노란 조명 때문이 ..

review 2019.12.31

영화 <프란시스 하>

이번 영화 리뷰는 살짝 다른 버전의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프란시스라는 인물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 그녀에게 반한 순간들을 담아보았다. 내가 사랑한 캐릭터 vol.1 1. 소피와 미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프란시스 프란시스 : 우리 이야기해줘. 소피 : 좋아 프란시스, 우린 세계를 접수할 거야. 프란시스 : 넌 출판계에서 먹어주는 거물이 되고 소피 : 넌 완전 유명한 현대무용수가 되고 난 너에 대한 비싼 책을 낼 거야 프란시스 : 우리가 씹던 걔들도 관상용으로 한 권씩 사겠지 소피 : 그리고 같이 파리에 별장을 사는 거야 프란시스 : 애인도 만들고 소피 : 애는 안 낳고 프란시스 :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도 하고 소피 : 명예 학위도 받고 프란시스 : 잔뜩 받아야지 2. 래비네 집에 놀러 갔을 때..

review 2019.12.12

영화 <결혼 이야기>

스포 있음!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는 노래와 영상미가 그 사랑에 한몫했지만 사실 주인공들이 주는 스토리와 대사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 모두가 간절히 원했지만 그렇게 흘러가지 못한 결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응원할 거라는 무언의 눈빛. 미아가 Sep’s에 가서 세바스찬과 나눈 눈빛이 라라랜드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한다. 예전에 사랑했던 연인이 다시 만나 무언의 눈빛을 나누는 장면은 노아 바움백의 에도 나온다.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과 결국은 다른 길을 걸어야만 하는 도로에서 그들은 서로 멀어진다. 여전히 니콜은 찰리의 신발끈을 묶어주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미 과거다. 두 영화는 실로 닮았다. 배경이 LA이라는 점 뿐만이 아니다. 사소한 대사가 중요한 사건의 발단이 된다는 점이..

review 201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