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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아 올린 벽에서 마주한 '오징어와 고래'

cavtus 2020. 12. 23. 23:00

 

노아 바움백, 오징어와 고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오징어와 고래 8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단하고 응집력 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4명의 가족이 테니스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빠 버나드와 첫째 월트가  , 엄마 조안과 둘째 프랭크가 팀이다. 그들은 마치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진지하게 테니스에 임한다. 버나드는 월트에게 '엄마는 백핸드에 약하니까 그렇게 공을 보내라' 조언한다. 그리고 버나드가 백핸드로 보낸 공에 조안이 맞게 되고 그들은 다툰다.   장면으로부터 나는 의심하고 두려웠다.  영화 전체가. 과연 이들이 만날 운명이 무엇이란 말인가. 감히 상상했고 무서워했다. 그리고 예감은 맞았다.

 

영화 초반에 버나드와 조안의 부부 싸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월트가 2층 계단에서 그들의 싸움을 몰래 엿듣는 다. 그리고 버나드는 다음 날 아침에 월트와 프랭크에게 말한다. 오늘 밤에 가족회의가 있다고. 밤에 모인 가족들. 버나드는 “엄마와 나는”이라고 운을 띤다. 프랭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어 운다. 버나드는 말한다. “엄마와 나는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공동육아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버나드는 4블록 혹은 5블록 너머의 집을 새로 구하고 조안과 버나드는 공평하게 날짜를 나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분열은 그들 전부에게 새롭고 낯선 일상을 준다. 프랭크는 학교에서 자위를 하고 정액을 여기저기 묻힌다. 월트는 <hey you>라는 노래를 지었다며 학교 축제 때 부르지만 그것은 이미 다른 아티스트의 곡이었다. 조안은 이혼하기 전부터 바람을 피웠으며, 이혼 후 프랭크의 테니스 선생님 아이반과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다. 버나드는 자신의 학생을 집 남는 방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다 잠자리를 가진다. 가족의 분열은 곧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으며 완벽하게 정도의 길을 엇나갔다.

 

가족의 분열에는 전적으로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버나드는 조안에게 “내가 저녁을 더 많이 했거나 청소를 더 했다면 우리는 지금 이혼에 대해 고민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안은 말한다. “당신은 마지못해 한 거야. 나는 오래전부터 도망치고 싶었어.” 결혼 생활이 예상과 같지 않았던 이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두 생명. 그들은 생명의 아름다움에도 극복하지 못했던 서로의 간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혼의 원인을 버나드에게 돌리고 싶진 않지만 이 영화의 제목을 생각해보면 결국 버나드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

 

영화 제목 오징어와 고래는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조형물이다. 월트는 어렸을 적 엄마 조안과 친구처럼 놀았다. 그는 심리상담사와의 상담에서 그때를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꼽는다. 친구 생일파티 때 몰래 나와 엄마와 로빈 후드를 봤다던가, 자연사 박물관에 엄마와 함께 갔을 때 오징어와 고래라는 조형물을 무서워해서 항상 눈을 가리고 봤었는데, 나중에 엄마가 목욕하면서 부연 설명을 해준 기억이 참 좋았다고. 상담사는 묻는다. “그때 아빠랑 같이 안 살았니? 행복한 기억에 아빠는 없는 것 같아서.” 월트는 대답한다. “아빠는 아마 아래층에 계셨겠죠.”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추억에 배제됐던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월트는 병원에 누워있는 아빠를 찾아간다. “아빠 집에 더 오래 있었으니까 이제 엄마 집에 있을게요”라고 말한다. 갑자기 울컥 울음이 터져 나오고,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어렸을 땐 무서워서 보지 못했던 오징어와 고래를 가까이서 똑바로 쳐다본다. 오징어와 고래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은유였다. 우리는 모두 부모가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커왔다. 그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저 ‘흐름’이다. 사소한 다툼이 없는 부모 관계는 흔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러다 가끔 두렵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정말 크게 싸워서 헤어진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기 때문이다. 그 상상이 어렸을 땐 무섭기만 했다. 그러나 정말 두 분이 헤어진다고 했을 때 우리는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 가족의 분열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그들은 그저 시간이 쌓아 올린 벽 앞에서 허무하게 주저앉을 뿐이다. 서로를 가로막은 벽은 그들이 모르는 새 더 단단하고 견고해졌으며 그들은 허물 힘조차 없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들은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어쩌면 더 괴로운 고민을 할 수도 있겠다. 그들 존재만으로는 결혼 생활이 충족되지 않는, 이미 멀어져 버린 간격 사이에서 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그것을 무서워했던 유년 시절 커다란 모형으로 비유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뛰어난 은유이며 우리 모두의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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